시간은 흐르니까요

저는 공시생인데 대학 졸업 후 우울증이 심했어서 1년 반동안 공부를 거의 안했어요. 저에게 게임은 살면서 크아랑 테런 해본 게 전부인데, 작년엔 유독 게임을 많이 했어요. 그것도 진짜 재미없는 게임요. 하면서도 ’아 진짜 재미없다. 그만하고싶다.‘ 하는데도 그냥 하루종일 했어요. 저에게 주는 벌 같았어요. 공부도 안하고 하루하루를 망치는 게 인생을 낭비하는게 저에게 주는 벌이였어요. 뭔가 자해의 개념같아요.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보니 1년은 그냥 지나가더라구요.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내가 버린 1년동안 시험 합격도 하고 워홀도 가고 취업도 하고 졸업도 하고 결혼도하고 애기도 낳았더라구요. 지인 결혼식에 갔다가 현타 왔었어요. ’난 지금 이쁘게 꾸몄지만 스카에서 망할 재미없는 게임만 하면서 시간을 낭비하는 사람이다‘ 라는 생각이 자꾸 들어서 지인이랑 얘기하면서 자꾸 부끄럽고 창피했어요. 올해 1월부터 나와의 싸움을 시작해서 스카 매일 아침에 가기, 강의 몇강씩 듣기, 영단어 몇개 외우기 등 하나하나 해냈는데요. 너무 불안했어요. 나 이제야 마음 다잡고 공부 시작했는데 다른 사람들은 이미 기출 10회독하고 모의고사도 푸는거예요. 난 이제 기출 들어가는데.. 그로부터 오는 불안이 너무 커서 진짜 너무 힘들었어요. 주변에선 시험 잘볼거라고 이번엔 좋은 결과 나올거라고 공부 하느랴 힘들지? 고생한다고 응원해주는데, 전 그게 너무나 부담이 됐어요. 나 정말 아무것도 안했고 공부 이제야 조금씩 하고있고 이런 식이니 올해 좋은 결과 받긴 어려울거 내가 아는데 사람들한테 응원 받고 관심 받는게 너무 무겁더라구요. 올해 초에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서 수명이 깎였을 거예요.. 모든 게 불안해요. 나이 먹어가는 거, 우울증이랍시고 아무것도 안한 거, 합격할 수 있을지 등등 자신 없고 무기력하고 불안해요. 저는 멘탈은 약한데 버티는 건 잘하거든요. 너무너무 피폐한데 그냥 하루하루 버티는 거 같아요. 작년엔 정말 그만 살고싶다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죽기는 싫더라구요. 그냥 잠시 멈췄으면 좋겠다. 나 지금 당장 무언갈 열심히 할 에너지가 없는데 당장 공부는 해야하고 하루하루 낭비하다보니 다른 공시생들이랑 격차가 벌어지고.. 스카 푸드존에서 밥먹는데 건너편 공원에 벚꽃이 엄청 이쁘더라구요. 그치만 보기 싫었어요. 내꺼 아니다. 벚꽃은 합격하면 즐기자. 이쁜 벚꽃을 보면서도 마음이 불편하고 즐겁지 않더라구요. 요즘 다시 무기력증이 슬슬 시작됐는지 하루종일 의욕이 없고 뭔갈 하고싶지도 않고 그치만 공부는 해야하니 맨날 터벅터벅 스카는 가고.. 이 늪에서 빠져나가고싶은데 벗어나려 할수록 깊어져만 가요. 거울 보니 얼굴 인상도 달라졌더라구요. 되게 총명한 얼굴이였는데 웃어도 깊은 울적함이 얼굴에 보이는 것 같아서 거울도 안보게 되더라구요. 막상 상담 받으러 가면 할말이 없어요. 그냥 속으로만 하게 되고 말로 안나와서 상담 받는 것도 뻘쭘하더라구요. 그냥 생각나는대로 쓰다보니 엄청 길어졌는데 누구 읽으라는게 아니라 그냥 일기처럼 끄적여봤습니다. 정말 잠깐 인생을 멈추고싶어요. 잠깐만 멈추면 회복이 될거같은데 멈출수가 없네요. 시간은 흐르니까요..